여행의 끝

                             엄원용

이름 모를 철길의 끝에서
기차가 끄윽 소리를 내며 멈추자 이내 문이 열리고
손에 보따리를 든 한 여인이 마지막으로 계단을 내려간다.
밖으로 나오기 전에 텅 빈 객실을 한 바퀴 휙 돌아본다.
갑자기 한기가 온 몸을 스윽 스쳐간다.

역사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다.
산머리에 쌓인 눈과 얼어붙은 좁은 길
잠자는 마을로 통한 길은 철길의 끝처럼
막히어 영원히 머물 것만 같다.
어쩌면 이것이 긴 여행의 끝이었으면,
더 이상 갈 데가 없었으면 좋겠다.

거기엔 누군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기다리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내가 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만 같은
종착역 한적한 마을. 이제 혼자 남아 있던
그 여인마저 어디론가 종적을 감추어 버렸다.
눈이 날리는 이 추운 겨울에 먹이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배고픈 다람쥐 새끼라도 있을 법도 한데,
굴뚝새라도 제 집을 찾아 푸드득 날아갈 법도 한데
어쩌면 이 적막이 나의 운명을 묶어 놓을 것만 같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이렇게 여행의 끝처럼 적막한 향연이다.
이것이 발을 묶어 놓는 나의 운명이었으면 좋겠다.
적막한 이 마을 토끼 다람쥐 노루새끼와 함께
온 세상을 떠돌다 돌아와 이제는 조용히 안식을 취했으면 좋겠다.
온 겨울을 묶어두는 나의 운명이었으면 좋겠다.

눈은 점점 더 퍼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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