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전야(前夜) ~ 박만엽

을씨년스런 잿빛 하늘
심기가 불편한지
비라도 몰고 올 듯
마른기침만 하고 있네

적막감에 싸여
어디론가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
차를 내몰았지만
도착한 곳은 낯설지 않은 빈집

언제부터인가 갈 곳이 없네
情을 붙일 곳이 없네
숨을 쉬는 동안은
갈 곳이 없다고 하여도
숨이 멈춘 후엔 
어디로 가야 하나

빈집 천장에 충성스럽게
돌아가는 Fan
창틀 사이로 
어둠을 내몰듯이
새어나오는 불빛 저편에
그대가 훔쳐보고 있네

(JUN/29/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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