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tt Ultimatum
<본 얼티메이텀> 맷 데이먼
2007.09.19 / 김뉘연 기자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에 응수하는 가장 적절한 형태의 대답, 맷 데이먼이라는 배우의 얼굴이 여기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의 얼굴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굴곡보다 직선에 가까운 배우 맷 데이먼의 얼굴과 육체는 그의 30여 편을 웃도는 출연작 중 '본(Bourne)' 시리즈에서 비로소 만개한다. 본 시리즈를 종결짓는 3편 <본 얼티메이텀>의 핸드헬드 촬영과 숨 막히는 편집이 간결하게 느껴지는 까닭 중 하나는 맷 데이먼, 아니 제이슨 본이라는 육중한 무게중심 덕이다. 스펙터클한 감정의 향연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을 뿐더러 허락되지도 않는다. 제이슨 본은 그저 막연히 떠오르는 질문 단 하나를 곱씹을 따름이다.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질주한다.

이렇게 우리는 제이슨 본의 ‘최후통첩(Ultimatum)’을 접수하게 됐다. 모든 것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맷 데이먼이 암살자의 본능 하나만으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인간병기 제이슨 본으로 거듭나기까지는 7년이 걸렸다. 직접 각본을 쓰고 출연했던 <굿 윌 헌팅>의 수혜를 받으며 할리우드의 지적인 배우 중 한 명으로 독특하게 자리매김하는 듯했던 맷 데이먼은 제이슨 본의 시작, <본 아이덴티티>로 다시 출발선상에 섰다. 그 스스로 인정하는바 당시 출연했던 영화 몇 편이 거듭 망하는 바람에 6개월 동안 맨몸의 자신을 돌아봐야 했던 그는 <본 아이덴티티>의 첫 주 흥행성적만으로 밀려드는 2, 30편의 출연 제의에 휩싸였다. 제임스 본드로 대변되는 댄디한 외모와는 한참 거리가 멀고 암살요원인 주제에 사람을 죽일 때 무려 죄책감을 느끼며 그 누구보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뇌하는 듯 보이는 신세기 첩보원, 제이슨 본은 그렇게 문득 태어났다.

7년에 걸쳐 제이슨 본으로 거듭난 배우 맷 데이먼은 그새 더욱 신중해진 듯하다. 결코 날렵하다 할 수 없는 굵은 몸에 대해 딸아이 때문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피트니스 클럽을 규칙적으로 오갈 수도 없었다는 핑계로 에둘러 공공연히 아이 자랑을 하는 이 평범한 30대 후반의 가장은, 누가 보더라도 명백히 제이슨 본의 인간승리로 볼 수밖에 없는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섣불리 단정 짓지 않는다. 본과 더불어 성숙해졌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 그런 변화는 서서히 일어나는, 마치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보는 것과 같아서 얼마나 자랐는지 돌이켜보기 전까지는 알아차리기 힘들다"며 굳이 답을 삼키는 맷 데이먼은, "하지만 칠 년에 걸쳐 세 편의 영화를 완성하는 것은 나에게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라는 단 한 마디로 지난 7년을 매듭짓는다.



솟구쳐 오르는 본능 하나만으로 복잡다단한 자신의 정체성을 더듬는 제이슨 본은 역시나 건조하다. "사실 제이슨 본은 남자라면 누구나 원하는 캐릭터일 것 같다. 15개국 언어를 자유자재로 하고 싸움도 잘하고 다재다능하다. 토요일 밤에 팝콘을 사들고 극장에 가서 보면 정말 신나는 캐릭터"라며 마치 남 얘기하듯 말하는 맷 데이먼은 그러므로 역시, 꽤 영특한 배우다. 영화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었던 이 최정예 요원 덕에 배우로서 거듭났음을 당연하다는 듯 인정하면서도 총체적인 판단은 자제한다. 충동을 제어할 줄 아는 배우는 오래간다. 그리고 배우 맷 데이먼이 스크린에 데뷔한 지는 올해로 19년째다.

<본 아이덴티티>(2002)와 <본 슈프리머시>(2004)에 이어 <본 얼티메이텀>(2007)에 다다르기 전까지, <시리아나>(2005), <굿 셰퍼드>(2006), <디파티드>(2006) 등 각기 다른 3편의 영화에서 CIA 요원과 경찰 등 누군가를 뒤쫓는 역할의 연장선상에 서 있던 제이슨 본, 아니 맷 데이먼은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제이슨 본은 궁극에 다다랐고 맷 데이먼은 정점에 서 있다. "벤 애플렉과 좀 더 많은 작업을 하고 싶다. 공동 연출이든, 공동 시나리오 작업이든, 아니면 서로의 영화에 출연하는 방식으로든." 2009년, 오랜 지기 벤 애플렉과 함께 할 맷 데이먼의 새로운 작품 타이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좋다. 데뷔 후 10년, 벤 애플렉과 <굿 윌 헌팅>에서 조우한 뒤 10년, 그리고 이제 다시 10년을 앞둔 지금의 맷 데이먼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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