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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들을 괴롭히던 스핑크스를 몰아낸 오이디푸스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마침 객사한 라이오스왕 대신에 왕위에 올랐고, 선왕비였던 이오카스테와 결혼해 아들과 딸을 둘씩 낳으며 행복하게 살았다. 오이디푸스는 좋은 왕이었고 테베는 평화로왔다. 불행은 15년 뒤에 찾아왔다. 순식간에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전염병이 테베를 덮쳤고, 평화롭던 테베는 순식간에 죽음의 도시가 되었다. 테베의 왕인 오이디푸스는 절박한 심정으로 신전에서 제를 올렸다. 그는 백성들을 살려달라고 신께 빌고 또 빌었다. 긴 침묵 끝에 신관은 신탁을 전해왔다. 현재 테베에서 돌고 있는 전염병은 윤리를 저버린 인간에 대한 신의 노여움 탓이니, 선왕 라이오스를 죽인 살인범을 찾아 복수를 하면 전염병이 사라질 것이라고. 오이디푸스는 당장 선왕의 살해범을 잡아오라고 부하들을 다그쳤다. 그 때까지만 해도 그는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선왕 라이오스의 친아들이며, 어릴 적 버려진 후 우연한 기회에 만난 라이오스를 아버지인 줄 모르고 다툼 끝에 살해했다는 사실을, 그리고 지금 그의 아이들을 낳아준 이오카스테의 몸에서 자신 역시 태어났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윽고 모든 사실이 밝혀지자, 가혹한 운명의 저주를 견디지 못한 이오카스테는 자결했고, 오이디푸스는 자신을 낳아준 부모조차 알아보지 못한 두 눈을 스스로 찌른 뒤 유랑길에 올랐다. 테베를 덮쳤던 전염병은 물러갔지만, 그건 오이디푸스의 피눈물의 대가였다. - 그리스 신화 중, 오이디푸스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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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이 발달한 현대에도 전염병이란 무서운 존재입니다. 하물며 전염병의 원인과 감염 경로를 전혀 알지 못했던 옛사람들에게 있어 전염병이란 공포의 대상이었을 겁니다. 전염병의 원인이 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들은 너무도 작아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으니까요. 따라서 당시 사람들이 전염병을 ‘신의 징벌’이라고 생각한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이처럼 전염병을 일종의 '벌'로 해석하는 인식의 뿌리는 매우 깊어서 현대에서도 사람들은 종종 특정 질병을 '징벌'로 해석합니다. 요즘에도 사람들은 에이즈는 성적 타락을 단죄하는 질병이며, vCJD(인간광우병)은 초식동물인 소에게 육식을 강요해서 생겨난 천벌이라고들 말하곤 하니까 말이죠. 하지만 전염병은 어떤 잘못에 대한 벌이나, 혹은 초자연적인 존재에 의한 저주로 인해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세균과 바이러스 같은 병원성 미생물들이 인간이라는 숙주를 감염시켜 일어나는 현상들이지요. 예건데 에이즈가 성적접촉을 통해 전염되는 것은 타락에 대한 대가라기보다는, HIV가 인간의 생체 조직을 떠난 환경에서 오래 생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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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새로 발생한 독감, ‘신종 플루’ 덕에 전세계가 떠들썩합니다. 지난 4월 13일 멕시코에서 처음 감염자가 발견된 뒤, 전세계로 퍼져나간 이 ‘신종 플루’는 감염자 중 일부가 사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사실 독감이란 그리 희귀하거나 낯선 질환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두 번쯤은 독감에 걸려 본 적이 있을 정도로 흔하고, 그 중 절대 다수는 아무런 후유증 없이 회복되었을 정도로 독성도 강하지 않는 질환입니다. 물론 이번에 나타난 독감이 전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신종' 독감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독감은 이전에도 해마다 같은 종이 유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전 해에 독감 백신을 접종했던 이들이라도 다시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고 받습니다. 다른 백신은 한 번 접종하면 몇 년에서 길게는 평생 동안 예방효과가 지속되는데 반해, 독감 백신은 1년마다 재접종을 권고 받는 것은 독감 백신의 효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해마다 유행하는 독감 바이러스의 종류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입니다. 고열과 오한, 기침과 인후염, 두통과 근육통을 포함하는 '독감 증상'은 모두 같지만, 이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의 종류가 해마다 조금씩 달라져 그에 대항하는 백신도 해마다 달라야 하기 때문이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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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독감은 우리에게 있어서 드물거나 새로운 질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번 신종 플루에 대해 사람들이 겁을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해 왔던 독감 바이러스가 때때로 엄청난 독성을 가지고 사람들을 공격하기 때문입니다. 1918년 유행했던 스페인 독감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2천만 명이 넘는 희생자를 낸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 밖에도 1957년 유행했던 아시아 독감은 100만 명, 1968년 유행했던 홍콩 독감은 70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었지요. 이로 인해 독감 바이러스는 10~40년 만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독성이 강해진다는 설도 나왔답니다.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은 올해 나타난 신종 플루가 주기적으로 독성이 강해지는 시기에 발생하는 독감인지의 여부입니다. 최근에는 신종 플루는 생각했던 것만큼 치명적이지 않아서 보통의 독감처럼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안심할 단계는 아닙니다. 올해는 2009년으로 홍콩 독감이 유행했던 때부터 약 40여 년 후이며, 신종 플루 바이러스의 종류도 H1N1으로 과거 가장 치명적이었던 스페인독감과 비슷한데다가, 4가지 종류의 바이러스가 결합되어 생겨난 돌연변이 바이러스이기 때문입니다. | |

| 이번에 발견된 신종 플루 바이러스는 보통 H1N1이라고 불립니다. 이 때 H는 헤마글루티닌(hemagglutinin)의 약자이며, N은 뉴라미니다아제(neuraminidase)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바이러스는 매우 독특한 생활사를 가지는 존재입니다. 바이러스는 보통의 생명체가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 것과는 달리, 유전물질인 핵산과 이를 둘러싼 단백질 껍데기로 이루어진 매우 단순한 존재입니다. 유전물질은 가지고 있지만 이를 발현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바이러스는 홀로 존재할 때는 생명활동을 전혀 수행하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적당한 숙주세포를 만나 바이러스가 숙주세포 안으로 유입되게 되면 지금까지 정지한 듯 보였던 바이러스는 ‘되살아나게 되고’ 생명활동을 수행하기 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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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는 자신이 가진 유전물질을 숙주세포의 DNA속에 슬쩍 끼워 넣고 기다리는 것이죠. 자신이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됨을 눈치채지 못한 숙주세포는 자신의 DNA 속에 들어있는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을 열심히 복제해주고, 이를 바탕으로 바이러스가 필요로 하는 단백질까지 만들어줍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어 숙주세포 내에 바이러스의 유전물질과 단백질이 충분하게 만들어지면, 이제 수가 많아진 바이러스들은 이제는 쓸모 없어진 숙주세포를 미련 없이 버리고 다른 숙주세포를 찾기 위해 뛰쳐나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의 대탈주의 충격으로 숙주세포는 죽는 경우가 많고, 숙주세포 안에 기생하면서 숫자가 늘어난 바이러스들은 이제 한꺼번에 많은 숙주세포들을 감염시켜 점점 더 세를 불려나가게 됩니다.
이처럼 바이러스는 숙주가 되는 세포들 안에 들어와야 생명활동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바이러스에게 숙주세포가 필요하다고 해서 아무 세포나 침입하지는 못합니다. 바이러스마다 특성이 있어서 대개 특정 종류의 숙주세포에만 침입이 가능하지요. 그 것은 바이러스의 표면에 존재하는 일종의 단백질 포크 때문입니다. 바이러스의 표면에는 단백질로 구성된 일종의 포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포크를 이용해 숙주세포의 표면을 찌른 뒤 안으로 들어가는 것인데, 포크의 종류에 따라서 찌를 수 있는 숙주세포들이 정해져 있습니다. 독감바이러스는 A형, B형, C형이 있지만, C형은 사람에게 문제시된 경우가 없고, B형은 한 가지 타입만 존재하지만, A형은 다양한 타입이 존재하여 해마다 종류가 달라져 사람들을 괴롭힙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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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형 독감 바이러스의 경우 앞서 말한 hemagglutinin(H)과 neuraminidase(N)라는 두 가지 종류의 포크를 가지고 사람의 세포 속으로 침투합니다. 이 때 다시 H는 16종, N은 9종이 존재하기 때문에, 각각에 번호를 붙여 표기합니다. 예를 들어 독감바이러스 타입이 H1N1이라고 표기하면, 이는 독감 바이러스가 단백질 포크 hemagglutinin 1번과 neuraminidase 1번을 갖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론적으로는 H가 16종, N이 9종이므로 총 144종(16X9=144)의 A형 독감 바이러스가 존재하게 되지만, 이 중에서도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H1N1(스페인독감 바이러스의 타입), H5N1(조류독감바이러스의 타입), H2N2(아시안 독감 타입), H3N2(홍콩 독감 타입) 등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발견된 신종 플루 역시 H1N1 타입의 변종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를 두려워하는 것이죠. 과거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서 말이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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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신종 플루를 예의주시해야 하긴 하지만, 과거와 같이 수천만 명이 한꺼번에 사망하는 대재앙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합니다. 그 것은 90여 년의 세월 동안 인류는 바이러스의 비밀을 더 많이 풀어냈고, 이를 바탕으로 대항 방법도 찾아냈기 때문입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 치료제로 유명해진 타미플루의 경우,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를 뚫고 들어오는 단백질 포크인 Hemagglutinin과 neuraminidase를 무력화시키는 작용을 통해 독감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것을 막습니다. 타미플루의 경우 H와 N을 공격하기 때문에 비단 조류독감 바이러스뿐 아니라 이번에 유행하는 신종 플루 바이러스에도 효능이 있습니다. 다만, 타미플루는 바이러스 자체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의 단백질 포크를 못 쓰게 만들어 숙주세포에 침투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에 감염된 세포들을 구출해내진 못합니다. 따라서 감염 초기, 그러니까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의 숫자가 적을 때는 매우 효과적이지만 이미 많은 세포에 바이러스가 퍼져 있다면 그 효능이 반감됩니다. 따라서 이번에 신종 플루에 타미플루가 효과적임에도 멕시코에서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던 것은 바로 이처럼 치료시기를 놓쳐서인 경우가 많았지요. 또한 인류는 이미 다양한 종류의 독감 백신을 개발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에 신종 플루에 대한 백신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높지요. 여기에 과거에 비해 높아진 보건 의식 역시 신종 플루의 확산을 저지할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인간은 한 치 앞날도 내다볼 수 없도록 되어 있는 존재입니다. 그렇지만 인간은 미래를 ‘예언’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은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극단적인 공포에 치우치거나 안일하게 손을 놓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토대로 가능성을 예측하여 미래에 대해 대비하는 것일 겁니다. 그 것이 신종 플루에 대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모습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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